치밀다
이를 뿌득뿌득 갈다가 문득 구토할 정도로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이 꺼지지 않고 땅에 떨어진 꽁초는 무슨 생각을 할까, 모든 꽁초들의 몸을 식히는 삼다수 페트병은 무슨 생각을 할까, 매일 얻어맞는 계단은 무슨 생각을 할까, 후덥지근한 유월 아스팔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주먹 쥔 손의 손톱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웅크릴 때 나의 배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한 쪽이 고장나 성대의 반만 쓰는 이어폰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낡아서 교체되고 있는 컴퓨터는 무슨 생각을 할까, 쥐어뜯은 머리카락은 무슨 생각을 할까, 죽은 가수의 앨범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뿌득뿌득 갈아버린 치아들은 대체 썅 무슨 생각을 할까
무슨 생각을 하긴! 당연히 벽에 머리를 부딪치듯 손톱으로 손목을 긁듯 캔을 발로 밟아 납작히 만들듯 유압프레스에 나의 손목을 넣듯 불타버리고 싶다는 생각 뿐이지!
언젠가는 불타버릴 거야 언젠가는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소모하고 언젠가는 바스라져 재가 되고 독하고 시꺼먼 연기 한 줄기 남겨 파란 하늘을 찢어버리고 치밀어오르는 이, 영혼을 찢고 날고 싶은 마음을! 불태울 거야 불태우겠어 불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