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거부하는 나의
물이 떨어지는 고장난 자취방 에어컨 에스프레소 두 샷과 바나나우유 당장 죽어버리자는 손동작 누구도 뛰어내리지 않은 육교 긴밀함과 은밀함이 섞인 말투에는 은어가 순한 양처럼 눈을 끔뻑이고 있다
오늘 좋아하는 시집을 읽었어 이해하지 못했지만 읽기 즐거워서 충분했어 그가 우울한 연인을 불렀을 때 나는 나의 너를 부르고 싶었다 - 너도 천사를 믿지 못하잖아 믿을 것은 천사뿐임을 알면서도
주석이 하나 둘 지워지기 시작하면 전부 은어로만 이루어진 인공어 하나가 제 탯줄을 자른다 천사는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꾸 우리의 언어를 쓰고 둘뿐이야, 그 말 납득할 수 없는 바보들 떨어져 나가는데
에어컨과 에스프레소와 손가락과 육교의 공통점 뛰어내리고 있다는 것이지 우리 언어의 충동처럼 추락으로 구성된 언어를 우리는 말하고 있구나 발음이 모두 땅바닥으로 떨어져 새들은 이해할 수 없게 되는구나
천사가 나는 법을 잊고 이 땅에 홀로 서 있다 천사는 이해할 수 있겠지? 우리는 영영 추락의 언어를 쓰고 둘뿐이야, 너와 내가 입을 다물면 이 언어는 멸종하게 되겠지
천사가 낳은 멸종 위기의 언어는 탯줄을 잘랐음에도 천사의 피를 갖고 있지 어디에 있어도 영영 잊혀져도 마침내 한 명의 구사자만 남아도
믿을 것은 이제 은어뿐이다 수많은 비밀들이 너와 내 잠자리를 지키고 있어 어제는 그게 꼭 깃털 같아 보였어